함박눈이 내린날

                                                                                                                                   김시원

영어방과후가 끝나고 언덕진 교문으로 미끄러져 신이나서 내려왔다.

친구들에 얼굴이며 책가방이 온통 내리는 눈발에 뒤범벅이되어 눈앞이 흐릿했다.

등뒤에서 여동생이 살금살금 내려오며 바람에 요동치는 우산대를 지탱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게 보였다.

도와 주겠다고 잡아당기다 그만 조그만 우산이 찌그러져 버렸다.

씩씩거리는 동생을 등지니 멀리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벌써 눈사람을 만드나 보다.

책가방을 던지고 나도 가서 놀고 싶었지만 미끌미끌 미끄럼을 타며 심심함을 달래는 수 밖에 손도 시리고

배도 고프다.  따끈 따끈한 호빵도 생각나고 군만두도 생각난다.

공부를 하고 학원을 마치니 벌써 어둑어둑 어두워진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날보다 훨씬 내린눈 때문에 밝아보였다.

오늘따라 학원에서 뽑기를 했는데 컵라면이 계속 나왔다 그런데 전에 엄마가 컵라면 먹는다고 핀잔을 하시던게

생각나 다시 뽑아서 그냥 막대 사탕 하나만 입에 물고 나오려니 속이 상했다.

집앞에서 동생과 눈장난을 치다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로 따뜻하게 덥어 주신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손과 발이 간질간질 조금씩 녹아들었고 낮에 있었던 이야기며 컵라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엄마는 웃으며 그러면 다음에는 너가 먹고 싶을것으로 가져오라 하신다.  내일 아침에도 길이 얼어 등교하기

힘들겠다고 엄마는 걱정이시지만 난 눈오는 날이 즐겁다. 

장화에 우산을 들고 뽀드득 뽀드득 눈밟는 느낌도 좋고  얼음덩어리 같은 눈으로 장난치는것도 좋다. 

금새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쓴 학교 나무 집들이 신기하고 이쁘기만 하다. 

눈이 더 많이 많이 내려도 좋을텐데, 오래 오래 바라보다 그림처럼 마음속에 간직해야겠다.